‘임직원 1인당 순이익이 10억원을 넘는 회사.’
한국기술투자의 올해 순이익 규모를 처음 들은 사람은 누구나 깜짝놀라 다시 되묻곤 한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기술투자의 임직원은 현재 서갑수(徐甲洙)사장을 포함해 36명.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24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데 이어 최근 순수익이 360억원을 돌파했다. 1인당 10억원을 돌파한 셈.
▼ 연말순이익 400억 무난 ▼
7월까지는 임직원 수가 20명도 채 안됐기 때문에 엄밀히 연평균을 따지면 1인당 순수익이 15억원을 넘어선다. 연말까지 순수익 목표는 453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최소한 400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일반 제조업체에서 1인당 순수익이 5000만원을 넘어서면 최상급으로 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규모다.
한국기술투자는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한 뒤 코스닥 등에 상장해 이익을 남기는 벤처캐피털회사. 올해 코스닥이 뜨면서 그동안 투자해온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뛰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투자한 벤처기업들은 한글과컴퓨터 경덕전자 인터파크 등 모두 내로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5억원을 투자한 전자상거래회사 인터파크의 경우 6개월만에 37억원의 순익을 남기기도 했다. 이같은 ‘알짜 경영’의 배경에는 서사장의 미래시장을 읽어내는 눈과 두둑한 배짱이 있다. 투자기업 중 10여개가 부도나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지난해 서사장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두인전자의 경우 부도가 났는데도 25억원을 더 투자하고 투자사실을 알리는 광고까지 냈을 정도.
서사장은 “상당수 벤처캐피털들이 지난해 벤처기업이 어려워지면 즉각 자금을 회수한 뒤 고금리에 안주했지만 우리는 회생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한글과컴퓨터’. 자금 압박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로 위기에 몰렸는데도 오히려 추가투자에 나서 올들어 14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서사장은 81년부터 종합기술금융(KTB)에서 벤처투자를 담당한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 1세대. 그는 KTB가 전문창업투자회사로 설립한 한국기술투자를 95년 인수해 이후 직접 경영해왔다.
▼ 고금리 안주하기 거부 ▼
대표적 성공벤처기업인 메디슨도 그의 손을 거쳐 상장됐다. 올 7월에는 국내 최초로 구조조정펀드(벌처펀드)를 설립, 보름도 안돼 2080억원을 모집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사장은 “벤처기업 투자는 저평가된 회사를 인기 회사로 만드는 일이고 벌처펀드는 죽어가는 회사를 살려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국기술투자는 현재 미국 벤처기업인 실리콘이미지사에 투자,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등 국제적 벤처캐피털로 성장해 가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