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는 최근 성이나 폭력 묘사가 심한 영화를 ‘등급외’로 분류해 등급외 전용상영관(성인영화 전용관)에서 상영하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등급외 전용관이 등장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조치라는 찬성론과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적잖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찬성▼
등급외 전용상영관은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지하문화를 공적 영역에서 소화하고 정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경로의 여론조사 결과 등급외 전용상영관 찬성쪽이 반대쪽보다 훨씬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반대를 표시한다. 성인영화 전용관 자체가 청소년 유해환경이고 영상물의 내용이 더 문란해지고 저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태도나 다름없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자. 번화한 지하철역 부근에 조악한 글씨로 ‘성인영화 전용관’이라고 써붙인 극장들이 있다. 욕정에 취한 여자의 반쯤 벌거벗은 모습이 그려진 극장 간판이 행인들을 유혹한다.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이런 극장들을 왜 단속하지 않는 걸까? 신고를 한들 구체적인 명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처벌은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고리 식이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청소년들의 접근이 제한된 곳에 등급외 전용상영관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청소년의 출입을 막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성인영화 전용관이 영화의 저급화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는 영화 제작자들이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자기통제와 선택을 하는 기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서 나온다. 어떤 정도의 표현이 등급외 전용관용이란 기준이 제시되면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선전도 못하고 청소년 출입이 제한된 곳에 영화를 걸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제작 단계에서 결정해 그에 따라 표현 수위를 조절해나갈 것이다.
오히려 다른 법령에 저촉되는 영화는 상영등급을 분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음란물을 금지한 형법과 전용관 반대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선택처럼 보인다. 이런 논리는 등급외 전용상영관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퇴색시킨다. 영화 유통 현실을 인정하고 영화계의 자기통제 능력을 믿는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등급보류 없이 등급외 전용상영관을 허용해야 한다.
유지나
▼반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등급외 전용상영관 설치와 함께 등급외 전용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한 광고와 비디오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등급외 전용상영관에서 상영될 영화가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우리에게 지나친 폭력과 성을 묘사하는 영상물이나 이를 상영하는 등급외 전용상영관이 필요한 것인가?
현재와 같은 영상물에 대한 사전 심의가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문화 예술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를 앞두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자유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상물을 합법화해야 하는가? 이러한 영상물이 진정한 예술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영상물에 대해 법적인 규제를 가하고 있는 지금도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영화들이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 등급외 전용상영관이 생기면 지금보다 더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영화들이 쏟아져나올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도처에 유해환경이 널려있는 터에 도대체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어떤이는 등급외 전용상영관에는 청소년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이를 어길 때는 무거운 처벌을 가하기 때문에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 법이나 제도가 없어 청소년들을 선도하지 못했던가?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제공하거나 파는 사람을 처벌하는 청소년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천 호프집 화재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청소년들의 의식과 문화는 어른들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윤리와 조화를 이루는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임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