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의 두꺼운 벽을 허물고 20대 스님이 기독교신자를 위해 장기를 기증해 그 신자가 새 생명을 찾았다.
17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장기이식수술에서 신장을 기증한 사람은 전북 남원 승련사 용봉(龍鳳·29)스님. 용봉스님의 신장은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만성신부전증 환자 전정임(全貞任·47·여)씨에게 이식됐다.
전씨가 신부전증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은 92년. 전씨의 남편 지주현(池柱鉉·47)씨는 아내를 위해 장기기증운동단체를 돌며 애타게 기증자를 찾았고 결국 7년 만에 생명나눔실천회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용봉스님과 연결됐다. 조직검사 결과 스님의 조직형이 전씨와 일치해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아내를 간호하면서 신부전증 환자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된 지씨도 용봉스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17일 신부전증환자 김모씨(43)에게 장기를 기증했다.기증자인 용봉스님과 지씨는 24일 퇴원했고 신장을 이식받은 전씨와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중이다.
용봉스님은 기독교인에게 장기가 이식된 것에 대해 “만물의 이치는 인연을 따라 서로 돕고 사는 것”이라며 “생명을 살리는데 종교의 벽이 있어서야 되겠느냐”고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남편 지씨도 “기독교 신자인 아내에게 스님의 장기가 이식됨으로써 종교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