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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 첫공판/이모저모]민가협 20여명 "살인마" 고함

입력 | 1999-11-25 19:49:00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2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는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회원 등 70여명이 법정에 나와 공판진행과정을 지켜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피고인은 이날 공판에서 전기고문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골프장에 북한의 경비행기(AN2기)가 착륙할 것에 대비해 직원교육용으로 비행기 모형을 만들다가 모터에 감전돼 전기고문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

그는 “전동기에서 나온 전선을 사람 발가락에 한줄씩 묶고 회전축을 돌려 전류를 통하게 했으며 전기막대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

그는 “김근태(金槿泰·국민회의 부총재)씨를 조사할 때 (처음으로) 전기고문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고문기술자로 차출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

▽…이피고인은 백오현(白五鉉)공소유지변호사의 신문에 14년 전인 85년에 있었던 일을 날짜까지 소상히 답변해 도피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행적을 정리해둔 인상.

이피고인은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씨는 조사에 순순히 응했으며 조사기간에 탁구도 치게하고 다방에서 차도 배달시켜 마시게 하는 등 인간적인 대접을 했다”며 고문 사실을 부인.

그는 백변호사가 “순순히 자백했다면 왜 70여일간이나 감금했느냐”고 묻자 “행적조사만 한달 이상 걸리는데다 안기부 등과 조율하다보면 대개 두달은 걸린다”고 진술.

▽…이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선 뒤 방청석에 있던 민가협 회원 20여명이 ‘살인마’‘내 자식 살려내라’는 등의 고함을 지르자 구만회(具萬會)재판장이 휴정을 선언, 약 20분 동안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이피고인을 태운 호송차를 가로막으며 30여분간 농성.

▽…이날 방청석에 나온 유종렬씨(58·서울 강북구 미아1동)는 “91년9월 말부터 6개월 동안 일본 가와사키(川崎)현의 한인촌에서 이피고인을 만났다”고 주장.

유씨는 “16일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여러 증인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서울지검 관계자는 “유씨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어 일단 신빙성은 떨어진다”고 설명.

〈성남〓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