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올 1월 옷 로비 의혹사건 발생당시 작성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내사결과 최종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러나 이 최종보고서의 조사결과는 배정숙(裵貞淑)씨측이 공개한 사직동팀의 최초보고서인 ‘사직동 문건’에서 핵심관련자들이 진술한 내용과는 달리 ‘연씨가 밍크코트를 구입한 일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등 주요내용을 축소조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
특히 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이 이 문건을 직접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허위보고에 대한 책임문제가 제기되는 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보취재팀이 25일 입수한 이 보고서는 ‘검찰총장 부인관련 비위첩보 내사결과’라는 제목으로 분량은 A4 용지 4장. 이 보고서는 내사경위, 첩보요지, 첩보취득 경위, 내사결과(사실관계), 관계자들의 행적, 의견 등 여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본보취재팀은 이 보고서의 존재를 5개월 전 확인했으며 그동안 끈질긴 설득 끝에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과 박비서관을 잘 아는 A씨(62)로부터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A씨는 이날 “김전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그의 집무실에서 ‘사직동문건’이라며 보여 준 이 문건을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복사해 보관해왔다”고 입수경위를 밝혔다.
그는 “당시 김총장이 이 문건을 보여주면서 이 보고서는 ‘박주선비서관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며 “그후 박비서관에게 ‘이 문건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박비서관이 ‘제발 공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본보취재팀의 취재 결과 이 최종보고서는 작성시점이 1월말인 것으로 추정되며 1월19일 작성된 최초보고서(유언비어 조사상황)보다 10여일 늦게 작성됐다.
최종보고서는 옷 로비 사건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자작극’이라고 결론짓고 있으나 특검측은 조사결과 자작극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종보고서는 또 김전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관련된 대목에 관해 연씨가 98년 12월 26일 호피무늬 밍크반코트를 구입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정일순(鄭日順)사장이 이 밍크반코트를 포장해 넣어 주었다고만 기술하고 있다.
또 반환경위에 대해서도 정사장이 전화를 걸어 “밍크반코트 가격이 700만∼800만원인데 400만원만 받겠다”고 하자 연씨가 “검찰총장 부인이 고가인 옷을 입을 수 없다”며 반환하겠다고 말한 뒤 ‘며칠후’ 이를 돌려줬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특히 최종보고서는 결론부분에서 내사결과 ‘검찰총장 부인은 밍크코트를 구입하거나 이형자에게 대금지불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됐다’고 결론짓고 있어 “옷을 외상으로 구입했다”고 스스로 밝힌 연씨의 기자회견내용과도 상충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문장기호(약물)와 용어 등이 최초보고서와 똑같고 최초보고서가 의상실 라스포사를 ‘라스포’라고 오기(誤記)한 것도 그대로 베껴놓아 두 문건의 작성기관이 동일한 곳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또 ‘영부인님께’라는 호칭이 4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최초 보고서와 똑같다.
한편 이에 대해 김태정전장관은 25일 밤 “이미 공개된 문건 외에 다른 문건은 없으며 문건유출은 박비서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최영훈·이수형·부형권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