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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다이제스트]'20세기의 폭력' 고찰한 기념비적 저서

입력 | 1999-11-26 18:48:00


▼'폭력의 세기' 한나 아렌트 지음, 김정한 옮김/이후 펴냄/160쪽 9000원▼

《저자(1906∼75)는 독일 출신의 유태인 사회철학자.》

20세기는 폭력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숱한 전쟁, 파시즘 나치즘 등등. 20세기엔 왜 이렇게 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 것일까.

아렌트의 이 책은 폭력 자체를 고찰한 기념비적인 저서. 이 한권만으로도 아렌트 철학의 핵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저는 70년 발행.

아렌트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20세기 폭력을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과학기술에는 발전 진보만이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의 이성이 과학의 발전을 만들어냈지만 어느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즉 진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이것이 폭력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그에게 20세기의 진보는 위선일 뿐이다.

아렌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폭력과 권력을 동일시하는 통념을 깬다. 폭력의 대립물은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말한다. 권력이 합의와 지지에 의해 나오는 것이라면 폭력은 권력을 향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한다.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을 반박한 것도 이같은 생각에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