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항상 같은 입장입니다. 변호사에게 변호사법을 제대로 만들어달라는 ‘무리한’ 주문을 하다니….”
최근 국회 법사위의 변호사법개정안 ‘개악(改惡)’논란이 일자 정치권의 한 인사가 한 말이다.
24일 ‘변질된’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구성은 이렇다. 전체 소위위원 6명 중 소위위원장을 포함해 ‘변호사’가 모두 5명. 비율사 출신인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반대의견을 표시했지만 숫자로 밀렸다.
그렇다면 이같은 왜곡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제10조는 ‘국회의원은 심의안건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소명해야 하며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안심사소위에서 변호사법을 심사한 ‘변호사출신 의원’들은 윤리실천규범을 명백히 위반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국회법 48조7항은 ‘국회의장 및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의원이 다른 직(職)을 가지고 겸하고 있는 경우 그 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상임위 위원으로 선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해놓았다. 이 조항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국회의 현실이다.
변호사법 개정안과 같은 ‘법안왜곡’이 일어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문직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법 또한 전문직 출신 위원들의 방해를 받는 등 몇차례 난산을 겪은 끝에 어렵게 통과됐다. 재정경제위에 계류 중인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개정안도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인 ‘왜곡된 국회상’을 그대로 두고 보아야만 하는 건지 답답한 일이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