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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손종채/제대로 된 상품을 사용하자

입력 | 1999-11-28 18:10:00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의 밤은 항상 활기에 넘친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류 잡화 판매상인과 젊은이들이 감각과 취향에 맞는 패션을 찾아 시장을 누빈다. 그중에는 남의 상표를 권리자의 허락없이함부로 물건에 부착해 만든 가짜 제품이 간혹 숨어 있다.

어떤 상표가 유명해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투자와 피땀어린 품질 개선 노력이 따른다. 위조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이러한 투자와 노력을 중간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훔쳐가는 범죄행위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상표권을 무형의 재산권으로 강력하게 보호하고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한다. 상표법은 남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5년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조품이라도 만들어 팔면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외화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독자적인 상표개발 의욕을 원천적으로 막고 유통질서를 문란시킨다.

유명상표를 부착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제조업자들 및 상인들의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양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제품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최근 국내 것이 외국 것보다 선호받는 상표와 상품이 더욱 많아지고 있고 젊고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가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위조품 모방문제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해외시장을 상대로 활발한 무역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상표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한국 상표의 보호와 수출을 위해서도 외국 상표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활동과 위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의 각성과 역할이 위조상품의 유통 근절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제대로 된 물건을 떳떳하게 사용하겠다는 의식의 전환만이 독자 상표와 디자인으로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유망기업을 발전시키고 영세 제조 판매업자들이 범죄행위의 유혹을 떨쳐버리게 할 수 있다.

손종채〈특허청 조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