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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인&아웃]평성표 무시, 시청률 경쟁에 교묘히 이용

입력 | 1999-11-28 18:10:00


“방송시간을 철저히 지켜라!”

MBC 노성대 사장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명령’했다.

하지만 TV를 보기 위해 신문의 TV프로편성표를 뒤적여 본 사람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편성표 상으로는 아직 시작 전인 프로그램이 이미 방송 중이거나, 끝났을 프로그램은 오히려 진행 중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명 ‘엿가락(또는 고무줄) 편성’으로 불리는 방송가 관행 때문이다. 정규 방송시간에서 앞뒤로 몇 초에서 많게는 몇 분씩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유는 물론 시청률 때문. 예를 들어 두 경쟁사가 시청률이 비슷한 프로 A와 B를 같은 시간대에 방영할 경우 B가 끝난 직후에도 A가 계속 방영되면 B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A로 옮겨간다는 심리를 노리는 것. 일찍 시작할 경우는 ‘선점 효과’를 기대한다. 때문에 이러한 편법 편성은 황금시간대인 저녁 이후에 집중된다.

‘약발’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후속 프로그램인 밤 9시 뉴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KBS1과 MBC의 일일드라마를 보자.

방영 초반부터 MBC의 ‘날마다 행복해’가 줄곧 KBS의 ‘해뜨고 달뜨고’를 더블 스코어로 누른 것은 MBC가 8시18분(정규 8시25분)부터 방송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 KBS가 지난주부터 방송시간을 8시30분에서 5분 앞당겼지만 한발 늦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2주 전 종영된 MBC 인기 월화드라마 ‘국희’에 줄곧 눌렸던 SBS 월화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는 종영 시간을 평균 10분 이상 초과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 덕인지 지난 주부터 아직 인기가 검증안된 ‘허준’으로 라이벌이 바뀌면서 10% 안팎의 시청률이 20% 이상으로 올랐다.

물론 이런 관행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는 방송3사 모두 보유하고 있다. ‘APC’(Automatic Program Control)라는 것이다.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청취율)에 덜 민감한 라디오는 이 장비로 방송시간을 엄수하고 있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막바지에 노래가 나오다 갑자기 광고가 나오는 것도 이 장비 때문이다. TV에서는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