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모래상자를 가운데 두고 7∼9세의 아이들 8명이 뺑 둘러앉았다. 모래를 고르게 다듬어 ‘모래 도화지’를 만든 아이들은 손가락과 여러 모양의 기구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 20분 정도 재미있게 모래그림 놀이를 한 아이들은 옆 작업실로 이동했다.
▼예술 통한 전인교육▼
인천교대 내 한국아동미술교육연구소에서 김정희교수(미술교육과)가 3년째 운영중인 ‘나와 자연을 만나는 미술나라’ 풍경.
이날의 주제는 ‘소리통 만들기’. 아이들은 긴 종이원통을하나씩받아들고 못을나선형으로쭉박았다.
“어,통 안이 이상해졌어.” “아, 그 못에 부딪혀 소리가 나는 거구나.”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꽝꽝꽝 못을 박았다. 그리곤 소리통 안에 콩이나 모래를 넣고 양쪽 끝을 막은 다음 흔들며 소리를 들어보았다. 통의 길이, 못을 박은 위치, 안에 넣은 재료에 따라 소리가 제각기 달랐다. “파도 소리 같다”고 말한 아이는 소리통 겉에 바다물결과 갈매기 모양의 접착시트를 붙였다.
이 미술수업은 김교수가 독일의 유명한 미술학교인 ‘어린이 아뜨리에’를 탐방한 뒤 우리 정서에 맞게 응용시킨 프로그램이다. ‘예술을 매체로 전인교육을 할 수 있다’는 교육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것.
“그림 잘 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감성을 길러 바른 자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든 수업을 자연의 재료에서 출발해 아이가 자연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지요.”(김교수)
▼기교대신 감성 길러줘▼
주재료는 흙 모래 나무 곡식 등의 자연물. 고등어 오징어 거북이 등도 반드시 직접 관찰하고 냄새맡고 만져본 다음 미술작업을 한다. 자세히 관찰하고 난 뒤의 그림은 예전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거북이를 옥수수처럼 그렸던 아이는 관찰 후엔 거북이 똥까지 그려넣는다. 고등어를 그리면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빛의 변화까지 담아낼 줄 안다.
최용빈군(심곡초등 2학년)의 어머니 이애향씨(37)는 “집에서 접하지 못한 다양한 자연 재료를 많이 경험할 수 있어 아이가 재미있어 한다”며 어른도 깜짝 놀랄 아이디어도 곧잘 내게 됐다고 말했다.
▼어른 놀랄 아이디어도▼
이 ‘미술나라’에는 미술 잘 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가 따로 없다. 교사가 일일이 일러주지 않아도 다들 자기가 원하는 재료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제멋대로 만들며 재미있게 논다.
모래상자놀이나 미로에서 구슬굴리기 등은 미술활동의 기본인 손과 눈의 협응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 아이가 몸 전체의 감각을 이용해 자연을 접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미술대회에 입상하기 위한 ‘기교’를 일러주는 일은 물론 없다. 특별한 ‘영재’를 뽑아 교육시키는 것도 아니다.
김교수는 한국아동미술교육연구소에서 주1회 2시간 수업중. 현재 대기자가 많아 이 수업에는 참여하기 어렵고 그동안 김교수로부터 이 프로그램을 연수받은 미술학원 교사 10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032―551―6870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