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선진국 주식시장은 한산한 거래 속에 나라별로 지수 등락이 엇갈렸다. 미국 다우존스는 소폭 하락, 일본 니케이지수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의 FT(파이낸셜타임즈)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25달러선을 오르내리면서 향후 국제경제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라크가 20일 석유수출 중단을 선언, 유가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무엇보다 지난주말 엔화의 가치가 달러당 101엔대로 치솟아 관심을 끌었다. 일본 당국은 29일 부랴부랴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엔화는 장기적으로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제회복 속도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는 내년 중반에는 100엔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30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각료회의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업 및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 관세인하 등 폭발력 있는 문제들이 논의된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이렇다할 영향은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타결까지는 앞으로 3년가량은 더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세계증시는 대체로 소강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각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돌풍’이 다른 재료들을 압도한 한해였다. 정보통신 인터넷서비스 등 첨단기술업체 관련 기술주는 미국의 금리 인상, 국제유가 상승, Y2K(컴퓨터 연도인식 오류)문제 등의 악재에 맞서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떠받쳐왔다.
기술주 급부상은 90년대 미국의 ‘인플레이션 없는 고성장’과 동시에 진행됐다. 이를 근거로 기술주 관련 산업들이 ‘경기변동 없는 연속성장’의 신화를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기술주의 거품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투자자들은 저마다 ‘새 밀레니엄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수많은 기술주 중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문석(LG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