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신세동에 가면 국보16호인 신라 7층전탑(塼塔·벽돌탑·8세기경)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전탑(높이 16.4m). 위풍당당한 모습이 돋보이는, 한국의 대표적 전탑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비좁은 골목길에 있어 사람이 지나다니기조차 쉽지 않다. 특히 바로 옆에 중앙선 철로가 있어 열차가 지날 때마다 진동으로 탑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진동을 줄일 수 있도록 철로의 침목을 개선하고 탑 옆에 방진벽(防震壁)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다.
국보인 신세동 전탑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두가지다. 탑을 옮기거나 철로를 옮기는 것.
그러나 탑을 옮길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 “문화재는 원위치에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나는 법. 그것이 문화재보존의 대원칙”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철로를 옮길 수 밖에 없다. 안동시는 그래서 97년부터 이곳을 지나는 중앙선 철로를 도시 외곽으로 옮기는 방안을 철도청과 협의 중이다. 철도청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사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안을 만들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문화재전문위원인 천득염 전남대교수(건축사)는 “신세동 전탑이 당장 무너질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석탑과 달리 전탑은 많은 벽돌을 쌓아올려 만들었기 때문에 무너질 경우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진동으로부터 탑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로 이설이 지연되자 안동시는 탑 주변에 1m정도 깊이의 도랑을 파 진동 전달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토목공학적으로 도랑은 진동 전달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방법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지금의 상황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