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 일본연구소 앤드루 고든 소장은 30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세기말 일본의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이라는 글을 기고해 일본 우익세력의 역사왜곡 움직임을 비판했다. 다음은 요지.
격렬한 내셔널리즘의 파도가 일본을 덮은 것 같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郎)가 도쿄(東京)도지사에 당선됐다. 핵무장을 공언한 정무차관도 나타났다. 역사교과서에도 역류(逆流)가 있다.
서점에는 역사수정주의자의 책이 쌓여 있다. 니시오 간지(西尾幹二)의 ‘국민의 역사’는 일본의 과거를 찬미하면서 남북한인을 경멸하고 미국을 비난한다. 산케이신문은 역사교과서 감시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가주의가 높아진다고 해서 과거의 억압적인 천황 및 군국주의 부활이나 전쟁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대변화로 일본천황은 충성과 숭배의 대상에서 연예인 같은 성격으로 변질됐다. 국제문제의 군사적 해결을 의심하는 점에서 일본여론은 건전하다.
그러나 수정주의자의 주장에는 문제가 많다. 수정주의자는 자국의 위대한 점은 강조하고 과거의 잘못은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일본의 수정주의자들은 ‘자학(自虐)사관’을 비난하고 ‘긍지있는 교육’을 촉구한다.
나는 그들을 위험하다기보다는 애처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젊은이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괴로운 사실에는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려 한다.
과거 기록을 자유롭고 철저하게 논의하기 시작하면 일본인은 이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사의 잘못을 뉘우치는 진정한 힘을 갖춘 시민으로서 가슴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