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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정보독점 막자" 커지는 네티즌 결속

입력 | 1999-11-30 19:09:00


마이크로소프트(MS)사 시장독점 예비판결과 ‘리눅스 열풍’에 힘입어 한때 주춤했던 ‘사이버 카피레프트운동’이 최근 다시 불붙고 있다.

‘사이버 카피레프트운동’이란 사이버공간에서 소수가 지적 재산권을 상업적으로 독점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공동소유를 주장하는 일종의 시민운동. 83년 미국의 해커이자 컴퓨터학자인 리처드 스톨만이 처음 주창했다. 지적 소유권(Copyright)의 ‘right’가 오른쪽이라는 뜻도 갖는 것을 감안해 풍자적으로 ‘left(왼쪽)’라는 단어를 결합해 ‘Copyleft’로 불리고 있다.

▼'MP3'논쟁후 확산▼

이 운동은 90년대 중반 국내에 알려진 뒤 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의 복제품 단속 강화로 차츰 모습을 감춰 올초만 해도 ‘사실상 중단’상태였다.

그러나 얼마전 음악파일 MP3의 지적재산권 논쟁이 터지면서 이 운동에 다시 불이 붙었다. 네티즌들은 “MP3파일을 지적 재산권으로 인정한다”는 법원 판결에 반발해 ‘무상공개’를 주장하며 이 운동의 ‘돛’을 달았다.

여기에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리눅스열풍’과 MS가 시장을 독점했다는 미국 법무부의 예비판결 등에 고무된 ‘카피레프터’들은 이를 ‘사이버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해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MS 등의 독점 프로그램과 MP3파일 등은 기존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 네티즌도 무료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사이버 민주주의' 기치▼

‘리눅스열풍’은 ‘카피레프터’에게 가장 큰 원군(援軍)이다. ‘리눅스’는 MS의 윈도NT·98과 경쟁하는 컴퓨터운영체제(OS)로 인터넷상에서 소스코드와 함께 무료로 제공된다. 따라서 누구나 이를 다운받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재창작’할 수 있어 ‘사이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도 관련회사가 10여개, 이용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카피레프터’의 숫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현재 PC통신과 인터넷 등에서 이 운동을 펼치는 모임은 대략 10여개 1000여명 안팎. 그러나 ‘은밀한 동조자’까지 합치면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행동도 점점 과감해져 일부 ‘카피레프터’들은 법적인 처벌을 감수하고 ‘공룡’ 소프트웨어사의 프로그램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와레즈사이트’ 또는 ‘해커사이트’라고 불리는 이 사이트들에는 MS의 윈도95와 98, MS오피스, 어도비의 포토숍 일러스트레이터를 비롯해 각종 게임과 MP3파일 등이 무료로 올라 있다. 야후코리아 김경희써핑팀장(33·여)은 “복제품 단속 이후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와레즈사이트’가 최근 200여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카피레프터’ 송모씨(29·여)는 “무조건 지적 재산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기업들도 지적 재산권 보호에만 연간 수십억원을 낭비할 게 아니라 그 돈을 제품개발과 고객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知財權 침해 지적도▼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지적 재산권이 방치되면 결국 개발의지마저 꺾인다는 것.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SPC) 장길순사무국장(37)은 “모든 저작물을 다 개방하라는 것은 억지”라며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지적 재산권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