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정발산 옆 빌라단지 주민들이 근처에서 진행중인 고층 오피스텔 건축공사 때문에 단지 지반이 내려앉고 벽에 금이 가 불안해 하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일산구 장항동 양지마을 건영빌라. 이 빌라는 현대산업개발이 정발산 자락 8600여㎡에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로 짓고 있는 ‘현대밀레니엄빌리지’ 신축공사장에서 20여m 떨어져 있다.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던 7월경 12가구가입주해 있는건영빌라 104동의 지반이 5㎝ 가량 내려앉고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어 인근 108동에도 균열이 나타났다.
주민들이 “집이 무너진다”며 항의하자 고양시청 현대산업개발은 9월초 주민대표와 협상을 갖고 “민간 전문기관에 의뢰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자”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 전문기관인 ㈜케이에스알에 의뢰해 진단을 실시한 결과 “오피스텔 공사가 지반 침하의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공사장에서 지하수를 퍼올려 지하수 수위가 공사 전 지하 2.2m에서 14m로 내려갔고, 땅에 구멍을 많이 뚫어 지반 침하가 가속화됐다’는 것이 진단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고양시청은 11월3일 현대측에 무기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측은 “안전진단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법원에 공사중지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현대산업개발 곽동훈부장은 “오피스텔 공사 때문에 지반침하가 생겼다면 도로가 먼저 침하돼야 하는데 도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안전진단 결과를 이행하기로 주민측과 합의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보고서의 결론이 합리적이지 못해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케이에스알은 “우리 보고서의 결론 부분은 최종의견이 아니다”며 최근 안전진단 책임자였던 이재춘(李載春)박사를 해고했다. 이박사는 이에 맞서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수정하라는 압력을 거부하다 해고됐다”며 행정법원에 탄원서를 제출, 안전진단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