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CI(기업이미지 통합·Corporate Identity)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처럼 낡은 이미지를 벗어내고 새 모습으로 뉴밀레니엄을 맞이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IMF 관리체제 이후 활발해진 외자유치와 기업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CI 교체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요인이다.
◆작업의뢰 지난해 2배
창업 당시와 주력사업이 달라진 기업들이 ‘세기말 CI교체 대열’에 가담중이며 코스닥 등록이나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회사이름을 첨단이미지로 바꾸는 벤처기업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제일기획 김동언대리는 “CI작업을 의뢰받은 건수가 지난해보다 두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세기말 CI 교체 바람은 해외에서도 나타난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미지가 중요하다〓삼성전관은 1일 삼성SDI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이름 때문에 ‘파이프 회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온데다 PDP(벽걸이TV) 2차전지 휴대용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업군을 아우르는 새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
한솔파이낸스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파이낸스’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한솔캐피털로 변신했다. 대우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채권은행단이 대주주가 된 대우증권도 대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회사이름을 공모 중. 이 밖에 주력사업이던 항공기 제작부문이 통합항공법인으로 넘어간 삼성항공이나 전자부품이 주력임에도 조명기기 회사를 연상시키는 삼성전기도 CI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첨단 이미지로 새출발〓다국적 CI업체인 인터브랜드 DC&A의 서지현대리는 “CI 교체를 원하는 기업들은 인터넷 통신 디지털 등 첨단 이미지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E―’ ‘―디지털’ ‘―텔레콤’ ‘―정보통신’ 등이 회사이름에 포함된 뒤 주가가 상승하는 일이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
◆로고만 바꾸기로
회사명 교체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심벌마크만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포털서비스업체 네띠앙은 빌딩숲을 연상시키는 도시형 로고를 채택했으며 15년간 백조 이미지를 사용해온 현대백화점은 이달초 초록과 검정 노랑으로 구분된 ‘HYUN D AI’를 새로운 심벌마크로 확정했다. ㈜한글과컴퓨터는 ‘HAANSOFT’를 해외용 회사명으로 사용중.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