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전진우/'내 밥그릇 챙기기'

입력 | 1999-12-01 19:19:00


누구는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인 탐욕과 두려움이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한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욕심과 두려움이 균형을 이루면서 시장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또 윤리학에서는 에고이즘의 바탕은 본디 선(善)에 있다고 본다. 과연 그런가.

▽엊그제 의사들이 병원문을 닫아걸고 시위를 벌였다. 명분은 ‘왜곡된 의약분업을 저지한다’는 것. 물론 수십년 동안 지속돼온 시스템과 관행을 바꾸는데는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해를 달리하는 의사와 약사간에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미 의약분업 시행방안을 마련한 터에 의사들이 국민불편을 볼모로 시위에까지 나선 것은 아무래도 볼썽사나운 ‘내몫 찾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썩어들어가는 낙동강을 살리기 위한 종합대책이 나온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뒷소식은 감감하다. 들려온 것은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공청회마저 여러 차례 무산됐다는 것뿐이다. 낙동강 상류인 대구지역과 하류인 부산 경남지역민들의 이해가 엇갈리는데다, 좀처럼 각기 제 입장을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 또한 지역마다 나름의 명분도 이유도 있다지만 이러는 사이 날로 죽어가는 것은 낙동강이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이러한 지역간 직역간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내야 할 정치권마저 ‘내 밥그릇 챙기기’에나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줄이기로 했던 국회의원 수는 어물쩍 없었던 일로 돌려놓으려는 기색인 반면 의원들 세비는 슬그머니 14%나 올렸다. IMF도 끝났고 다른 공무원들 월급도 원상회복됐으니 우리도 올리면 좀 어떠냐는 식인데 글쎄, 그건 ‘그들만의 생각’이 아닐까.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