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은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상. 선수들은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미국)를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동료 선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우즈는 1일 미국PGA투어 ‘올해의 선수’로 뽑혀 ‘잭 니클로스 트로피’를 받게 됐다. 올시즌 정규 투어에서 8승을 거두고 미국PGA상금만 해도 600만달러를 넘어선 우즈가 다른 선수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하지만 이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우즈뿐만이 아니었다. 34세에 미국PGA투어에 데뷔해 올해 2승을 거둔 ‘늦깎이 신인’ 카를로스 프랑코(파라과이)가 ‘올해의 신인’으로 뽑혔고, 골프계의 알아주는 ‘다혈질 선수’인 스티브 페이트(미국)는 ‘올해의 재기 선수’로 선정됐다.
올시즌 컴팩클래식과 그레이터 밀워키오픈에서 우승해 파라과이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PGA투어 정상에 오른 프랑코는 말 그대로 ‘인간 승리’의 주인공. 골프장 캐디 겸 잡역부의 아들로 태어난 프랑코는 9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하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8세 때 아버지가 일하는 골프장에서 버려진 골프채를 주워 골프를 시작한 프랑코였지만 천부적인 골프 재능을 발휘해 86년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일본 투어 등 마이너 투어에서 30승을 올린 프랑코는 지난해 프로테스트를 거쳐 올해 미국PGA투어에 발을 들인 뒤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페이트 역시 프랑코 못지 않은 ‘집념의 사나이’. 83년 프로에 데뷔한 뒤 92년까지 5승을 거두며 정상급의 선수로 자리했다. 그러나 페이트는 96년 잇단 사고로 오른쪽과 왼쪽 손목이 차례로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그후 그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97년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채리티 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올해는 시즌 상금 랭킹 13위까지 올랐고, 라이더컵 미국 대표로 뽑히는 영광까지 안았다. 불같은 성격 탓에 ‘활화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