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에서 잇달아 ‘스파이 사건’이 터져 여러가지 이유로 긴장이 감돌고 있는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고위관리는 “양국관계가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러시아 연방보안부(FSB)는 지난 달 29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체리 리버나이트 2등 서기관(여)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조사한 뒤 추방령을 내렸다.
▼'러, 美서기관 추방령' 러간첩 체포 보복설▼
러시아 당국은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한 미 중앙정보국(CIA)요원인 리버나이트가 러시아의 군사전략과 관련된 3건의 극비 문건을 빼내려 했다고 발표했다.
외교소식통들은 지난달 4일 CIA가 미 해군장교 대니얼 킹을 러시아 간첩이라며 체포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당국이 리버나이트를 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킹이 94년부터 미 국방부의 군사기밀을 워싱턴주재 러시아대사관에 넘겨주었다고 밝혔다.
▼"IMF 차관 중단" 美 배후압력 제기▼
미국이 킹을 러시아의 스파이로 지목하자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측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양국관계가 냉전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은 코소보사태 체첸사태 국제통화기금(IMF)의 대러 차관중단 등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스파이 사건이 터져나온데 주목하고 있다. 에호 모스크비 라디오방송은 “이번 사건은 현재의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러시아는 IMF가 체첸전을 거론하며 차관을 중단한 것도 미국의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고 의심하는 등 최근 두 나라 사이의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