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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뉴라이프]건축/"지하-해저-우주에도 건물"

입력 | 1999-12-02 19:47:00


20세기는 건축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철과 콘크리트는 ‘근대건축’을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건축’은 미학을 추구했다.

21세기 건축의 명제는 첨단주의와 환경친화주의. 첨단과학이 환경파괴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당분간은 이들 두 흐름으로 양극화될 전망이다.

건축물의 하이테크화는 주택이 주도한다. 컴퓨터와 통신수단의 발달로 집은 근무에서 여가까지 인간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일공간이 된다.

대형건물은 ‘종형도시’로 변모한다. 일본 건설회사들이 구상중인 ‘X―SEED400’‘에어폴리스 2001’ 같은 건물은 높이가 4㎞(800층)에 이르며 50만명의 인구를 수용한다. 에너지 물 교통 문제를 모두 자체해결하는 하나의 독립도시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친화를 중시하는 ‘생태건축’이 더욱 번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화여대 건축학과 임석재(任奭宰)교수는 “환경보호를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규제하는 때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제한하듯이 건물의 화석연료 사용도 법으로 규제하는 때가 온다는 것. 그렇게 되면 태양열 건물이 급증할 것이다.

‘돔 도시’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는 건축물의 전형이 될 수 있다. 도시전체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대한 돔을 씌워 계절에 맞게 온도와 채광량을 자동 조절함으로써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미래의 건축은 인간의 생활영역을 해저 지하 우주로까지 넓혀줄 것 같다. 일본 다이세이건설이 구상중인 ‘앨리스 시티’는 지하 150m에 높이 60m의 원통구조물 2개로 만들어진다. 10만명까지 상주할 수 있는 이 지하도시에는 전력 공기정화 폐기물처리 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일본 시미즈건설은 2010년까지 우주호텔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건물의 첨단화 대형화는 결국 인간관계의 단절과 고전적인 커뮤니티(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마이애미대 엘리자베스 지버크 건축대학장은 지난달 CNN방송에서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건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