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카빙(Carving)스키’선풍이 일 것 같다.
95∼96시즌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카빙스키는 지난해부터 스키마니아들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더니 올해는 대중속으로 급속하게 파고들고 있다.
카빙스키란 플레이트의 사이드컷을 깊게 파내 힘들이지 않고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넓이가 일정한 일반 플레이트와 달리 앞뒤가 볼록하고 허리부분이 잘록해 속칭 ‘모래시계’라고도 불린다.
원래 카빙은 눈을 칼로 잘라내듯 에지만으로 회전을 하는 기술. 플레이트로 뭉개는 초보자들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스키어들만 카빙이 가능하다. 하지만 카빙스키를 타면 초보자들도 이 기술을 쉽게 구사할 수 있다.
처음엔 스키어들 사이에서 생소했으나 이젠 ‘입소문’이 퍼져 웬만한 마니아들은 거의 카빙스키를 즐기고 있다. 국내 수입업체들은 현재 100% 카빙스키만 수입할 정도. 전문가들은 올 스키장에서의 카빙스키 비율이 15%까지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살로몬수입업체인 스타코의 윤범진과장은 “3, 4년 전 도입 초기만 해도 둔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타지 않았지만 회전이 잘 되고 타기 쉽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스키의 간판스타인 허승욱(28·아시아나스포츠)이 카빙스키를 타고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회전부문 국제대회를 제패한 것도 카빙스키 붐 조성에 한몫을 했다.
그는 1m70짜리 다이나스타 카빙스키를 타고 8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99카드로나 국제스키대회에서 알파인대회전 우승을 차지했다.
스키업계에선 허승욱의 우승으로 길이가 짧은 플레이트는 떨림이 강하고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반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