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초중고생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로 자비유학을 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조기유학에 대한 국외여행 제한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교육부는 고졸 미만자에 대한 유학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각자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유학으로 외화 낭비, 계층간 위화감 조성, 국내 교육 황폐화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는 조기 자비유학 전면 자유화를 검토하는 근거로 병역의무 대상자의 해외여행을 규제한 병무청 훈령이 사법부로부터 무효판결을 받아 더 이상 자비유학을 규제할 방도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조기유학이 자유화되면 무분별한 조기 유학이 성행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사법부의 판결에 모든 것을 미룰 것이 아니라 법원 판결보다 상위에 있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조기 자비유학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기 자비유학을 규제해야 할 이유는 많지만 우선 일반 국민의 정서가 조기 자비유학 전면 자유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예체능 특기자로 분류돼 조기유학을 떠나 외국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대책없이 외화를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유형의 유학생의 분포는 영어권 국가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에까지 퍼져 있다.
조기유학을 전면 자율화하면 이런 유학생 수는 더욱 증가해 외화 낭비는 물론 계층간 위화감을 초래할 것이다.
조기유학생은 한국인으로서 주체성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려서 외국에 유학한 학생은 외모만 한국인일 뿐 사고방식 생활방식 가치관은 유학한 나라의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초중고교를 마친 뒤에도 그 나라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도 그곳에서 구하기를 원할 것이다. 유학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려고 해도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선진국의 교육여건 격차로 인해 자녀의 조기유학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이 한국 사회의 지도층이다. 그들이야말로 한국 교육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열악한 교육여건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다. 국내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외면하고 앞다퉈 자녀들을 유학보낸다면 한국 교육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현행 조기유학 규제 관련조항을 다소 손질하더라도 기본 골격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