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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서 고해성사" 자진출두 진풍경…'옷' 스스로 나와

입력 | 1999-12-02 19:47:00


“왜 검찰로 안가시고 특검에 나오셨나요?”

“특별검사에게 진실을 다 밝히기 위해서죠.”

요즘 옷 로비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 사무실엔 이 사건관련자와 참고인들이 제발로 걸어나와 경쟁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김태정씨 부부등 7명

이바람에 최특검측은 이들의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토대로 의외의 수사성과를 올리며 막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일현재까지 특검팀에 출두를 자원한 중요 관련자들은 모두 7명.

자진출두 행렬은 지난달 24일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과 연정희(延貞姬)씨 부부가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듯 두 손을 잡고 특검에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물론 사전에 특검측에 자진출두를 통보했다. 김전장관부부는 권력핵심에서 출두를 만류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입장해명을 강행했다가 의혹을 더 키운 케이스.

이후 27일 박시언(朴時彦)신동아건설 고문, 29일엔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이 다녀갔다.

12월 들어 1일에는 최광식(崔光植)사직동팀장과 황용배 창천교회 장로가 출두했고 김정길(金正吉)전대통령정무수석의 부인 이은혜(李恩惠)씨는 2일 자진출두 의사를 밝혔다가 오후에 이를 취소하기도.

이처럼 주요 관련자들이 제발로 찾아와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진풍경은 검찰에서 “검찰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서 피고소인과 참고인들은 물론 고소장을 낸 사람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이한 현상.

◆폭로 방어…사연 갖가지

한 변호사는 “특검은 검찰과 달리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받고 있어 자신만 특검에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뭔가 구린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 아니냐”고 해석했다.

실제로 자진출두자들은 특검 출두 자체보다는 그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김전장관의 경우 출두 전날 밤 변호인을 통해 “나는 자진출두한다”라고 미리 기자실에 알렸다. 박전비서관과 최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을 이끌어낸 것은 ‘진실의 힘’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전장관부부의 자진출두는 배정숙(裵貞淑)씨측의 “사직동팀 최초문건을 김전장관측으로부터 받았다”라는 용기있는 폭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

또 박전비서관과 최팀장은 본보가 지난달 26일 박시언씨의 ‘사직동 최종보고서’문건을 보도하고 박씨가 먼저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한 방어차원의 출두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은혜씨도 지난달 30일 공개된 정일순(鄭日順)씨의 편지에 자신이 불리하게 거론된 것에 대해 해명차 출두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뜻밖의 수확도

특검팀은 신이 난 분위기.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적들과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최고의 상황이 아니냐”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

특검팀은 자진출두자들의 주장과 변명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은근히 상대측 관련자들의 출두를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고해성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전장관은 “진실을 특검에게….”라고 누누이 다짐했지만 ‘사직동 최종보고서’는 숨겼다가 3일만에 들통이 났다.

그러나 특검 사무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말이 달라지는 사람이 다수여서 ‘최병모신부팀’은 미리 확보한 진술과 자료 등으로 상대의 고해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신석호·선대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