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미역을 참기름에 살짝 볶은 다음에….”
11월 24일 서울 송파구 문정2동사무소. 한국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주부 8명과 한국주부 10여명이 한국요리를 배우고 가르치고 있었다.
한국 전통 생일 음식인 미역국과 잡채 요리법을 배운 이날 이들은 ‘패밀리 언어문화클럽’이라는 이색모임을 탄생시켰다.
4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로위나 델라 로사(30)는 “미역국을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말하는 ‘손맛’이 나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모임을 통해 확실하게 배웠다”며 좋아했다.
이 모임은 유네스코에서 외국인 주부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 한국주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권희정(權希姃·36)씨가 주선했다.
권씨는 모임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주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반찬을 만드는 것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시댁과의 갈등입니다. 이런 문제는 따로 배울 곳도 없고 배우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한국주부들과 연결시켜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현재 필리핀 태국 일본 중국 출신 외국인 주부 8명과 권씨에게 영어를 배우던 한국주부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부 유모씨(55)는 “그냥 영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과 만나면서 국제적인 감각도 배우고 싶었다”며 “한국문화를 전파한다는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정기모임은 2개월에 한번씩 요리강습을 위주로 진행되며 수시로 비정기적인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내년 1월 모임의 요리 주제는 ‘정월 대보름 음식’. 주로 오곡밥 떡국 나물무침 등을 만들 계획이다.
권씨는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 모임을 외국인 주부와 한국주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755―4623, 송파구자원봉사센터 410―3797∼8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