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3차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2000여명의 각국 대표단은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견들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
각국 대표단이 개막과 함께 구성하는 전체회의는 135개 회원국의 수석대표가 순서에 따라 각국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 실질적인 협상은 작업반 회의와 그린룸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 시애틀 회의에는 현재 6개 작업반이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모든 회원국이 자유롭게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각 작업반 의장은 분야별 초안을 만들어가며 의견조율을 시도한다.
실질적으로 극적인 타결을 시도하는 곳은 개최국 대표가 의장을 맡는 그린룸회의.실제 그린룸은 스위스 제네바 WTO사무총장실 바로 옆방. 벽지 등이 초록색을 띠고 있어 붙여진 별칭이다.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이 방은 마이크 무어 WTO사무총장이 이해가 대립하는 국가 대표들을 불러놓고 막판 합의를 자주 이끌어내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린룸은 ‘대표의 막후접촉 장소’라는 의미로 통한다. 이번 시애틀 회의의 의장인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도 수차례에 걸쳐 그린룸 회의를 소집해 핵심 쟁점 분야인 농산물분야에 대한 의견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린룸회의는 극비리에 진행돼 참석한 대표가 아니면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누가 참석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일부 회원국들은 이같은 밀실회의가 회의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표단의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은 작업반회의와 그린룸회의를 뛰느라 하루 10시간씩 시달리고 있다”며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각국 대표들은 식당이나 복도에서 만나 세부현안에 대한 ‘즉석 통상장관 회담’을 갖기도 한다.
〈시애틀〓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