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KBS 드라마제작국 PD들은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한 달 넘게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던 매니지먼트사 ‘백기획’측이 “10일자 주요일간지에 사과광고를 내겠다”고 밝혔기 때문.
‘백기획’측은 11월 1일 KBS1 드라마 ‘학교Ⅱ’(토 오후7·10)에 출연 중이던 소속 탤런트 이현균을 PD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CF촬영을 이유로 녹화장에서 ‘무단 이탈’시켜 그간 KBS와 마찰을 빚어왔다. ‘백기획’은 올초 드라마 ‘학교’의 줄거리가 자신들이 판권을 구입해 영화화하려던 만화 ‘구타교실’과 흡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KBS의 한 부장급 드라마 PD는 “날로 콧대가 높아져가는 기획사의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일대 ‘쾌거’”라며 흥분했다. 한 차장급 PD도 “매니저가 PD의 스케줄까지 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사과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일선 PD들은 ‘앞날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KBS의 한 30대 드라마 PD는 “간부급들이야 자존심이 문제겠지만 일선에서 그들과 마주치는 우리로서는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드라마에서 떴다 하면 CF촬영에 나가는데 그들의 스케줄을 고려하는 융통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은 매일 촬영이 있는 일일드라마나 주2회 방송되는 드라마의 경우 제작진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날 CF스케줄이 있는 연기자들을 파악해 현장에서 최대한의 ‘씬’을 뽑아내는 것이 관례.
게다가 일선 PD들은 탤런트 이영애 김현주 등 1급 연기자들과 2TV 월화드라마 ‘마법의 성’에 출연 중인 신인탤런트 이나영 등이 ‘백기획’ 소속인 점을 들어 “스타들이 충무로로 떠나버려 구인난에 허덕이는 요즘 차후 이들을 캐스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한편 이들을 자기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적극 활용해온 KBS 오락PD들은 사내에서는 ‘표정관리’하면서도 “강건너 불 구경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