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여인의 소박하게 웃는 얼굴, 조선시대 서화가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표현된 부리부리한 눈매와 뻗치는 듯한 수염, 20세기 화가 이쾌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곧은 입매의 여인.
한민족의 얼굴은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돼 왔을까. 얼굴에 비친 한민족의 내면 풍경과 자의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민족의 예술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묘사를 살피는 ‘새천년 특별기획―인물로 보는 한국미술’이 10일부터 2000년 2월27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갤러리와 중구 태평로2가 로댕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다. 회화작품은 호암갤러리에서, 입체작품은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된다.
7000년 전 신석기 유적으로 추정되는 흙으로 빚은 작은 여신상과 신라시대 유적 인면문수막새에 나타난 여인의 웃는 표정, 현대 작가들의 인물표정 묘사가 담긴 토우 조각 초상화 등 200여점이 선보인다.
김재열 호암미술관부관장은 “신석기의 인물표현이 안면묘사 위주였던데 반해 삼국시대 들어서는 신체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며 “간략하고 거칠면서도 의표를 찌르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후 고려시대의 불상, 유교적 선비정신과 내면의 성찰을 담은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거쳐 20세기에는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인물화도 쏟아져 나왔다. 어느 시대에나 어린이를 다룬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
이중섭의 ‘바닷가의 아이들’, 장욱진의 ‘새와 아이들’, 이인성의 ‘경주 산곡에서’, 권진규의 ‘지원의 얼굴’ 등을 볼 수 있다.신윤복의 ‘춘야밀회’, 신라시대의 토우와 고려시대 불상, 조선시대의 탈과 각종 석상 등도 전시된다. 삼성문화재단 02―750―7838.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