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외할머니 이모…. 그 이름들은 부르는 즉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요.”
대안학교인 ‘따로 또 같이 만드는 학교’교사 신승혜씨(32)의 말. 그는 엄마와 이모, 외할머니에 관한 사진과 소품, 그리고 따뜻한 추억을 모아 전시회를 갖는다.
이웃끼리 따스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가족사와 살아온내력을나누는‘20세기 가족이야기’전시회(17∼26일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내 여해문화공간).
▼평범한 이웃 가족내력▼
새 밀레니엄을 맞아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문명으로 치닫는다 해도, 가정의 형태가 달라지고 심지어 해체된다고 해도, 결코 변할 수 없는 ‘끈끈한 무엇’은 가족 안에 있음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행사다.
신씨가 내놓을 그의 배냇저고리와 출생띠에는 ‘엄마와 외할머니, 이모에게 안겨있는 어린 나를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당연하게 고스란히 받은 많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서른이 넘은 지금 조금씩 깨달아 가기 때문인 듯하다’는 설명이 아기적 사진과 함께 붙어있다.
그의 어머니 유명수씨(69·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87년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 김홍열씨(1906년생)를 잔잔한 미소와 함께 떠올리면서도 목이 메었다.
“친정어머니는 시집간 딸이 만만했는지 아들네 집 두고 둘째딸네인 우리집에 종종 머물러 계셨지요. 돌아가실 때까지 여학교 학생보다 더 여린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었어요.”
신씨가 말을 받았다. “이건 엄마의 여고시절 사진. 엄마의 꿈은 의과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며?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서 남의 덕 기대하고 공부하진 말라는 어른들 말씀때문에 진학을 못했지만….”
▼빛바랜 사진도 전시▼
외할머니 김씨가 결혼식때 입은 고쟁이와 엄마 유씨의 혼수 버선 10여 켤레, 그리고 외할머니로부터 엄마가, 다시 신씨 자신이 물려받은 경대도 함께 전시할 계획.
신씨는 “남편없이 홀로 2남3녀를 기르신 외할머니, 12형제나 되는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을 묵묵히 해오신 엄마는 사회생활은 안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인생선배”라며 전시회를 준비하며 자기 안에 외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20세기 가족이야기’ 전시회에는 신씨 외에도 여섯가족이 더 참여한다.
5남매를 기르며 육아일기 다섯권과 동화책 두권을 쓴 박정희할머니(77), 아버지와 자신의 20대 이미지를 비교하며 아버지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손원경씨(28),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통해 가족사와 근현대사를 재현한 김정훈군(12) 등 평범한 가족이야기가 사진 소품 글 그림으로 선보인다.
전시기간중 가족영화상영 토크쇼 테마공연이 진행되고 가족에게 편지를 쓰거나 가족사진을 촬영해 새천년에 배달해주는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주최, 붐아트기획 주관. 관람료 2000원. 02―2265―2890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