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설업계에 ‘패밀리(대표) 브랜드’ 만들기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 삼성 대림 동아 SK 쌍용 동부 등 민간업체는 물론 공기업인 주택공사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패밀리브랜드란 한 업체가 건설하는 모든 아파트에 붙여 회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표와 로고. 지금까지 프로젝트별로 즉흥적으로 붙인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떤 것들이 있나〓현대건설은 이달 중순부터 고급아파트에는 ‘하이퍼리온(HYPERION)’, 일반아파트에는 ‘홈타운(HOMETOWN)’이라는 브랜드를 각각 사용하기로 하고 로고제작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이퍼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빛의 신’으로 거대함과 웅장함을 상징하고 홈타운은 고향(HOME)과 도시(TOWN)를 합성해 편안한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현대측 설명.
현대산업개발도 고급아파트에 알파벳 ‘I’를 붙인 ‘I―파크(PARK)’ 등의 브랜드를 개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I’는 ‘첨단기능을 갖춘(intelligent)’‘새로운(innovative)’ ‘창의적인(imaginative)’ 등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고급아파트에 ‘아크로빌(ACROVILL)’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있는 대림산업과 고급
아파트에 타워팰리스(TOWER PALACE)를, 일반아파트에 ‘사이버21’을 사용중인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새 브랜드 만들기에 착수했다.
주택공사 SK건설 쌍용건설 등도 이미 패밀리브랜드 제작에 나섰으며 늦어도 내년초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 동부건설과 고려산업개발은 최근 각각 ‘가족낙원(家族樂園)’과 ‘모닝사이드(MORNING SIDE)’라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어떻게 만드나〓브랜드 관련 종합컨설팅업체인 옴니브랜드에 따르면 초기의 아파트 브랜드는 아파트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설명어(說明語)가 대부분이었다. ‘그린타운’이나 ‘리버타워’ 등이 대표적.
하지만 최근에는 ‘쉐르빌’‘아크로빌’처럼 이미지 등을 통해 제품의 특성을 우회 설명하는 연상어(聯想語)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옴니브랜드의 김희수팀장은 “최근 패밀리브랜드 제작에 나선 업체들은 회사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연상어에 가까운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왜 만드나〓‘건설회사 이름+아파트’라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브랜드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주로 후발업체들. 현대 대우 등 대형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의 ‘삼성쉐르빌’이 폭발적 성공을 거둔 데 자극받아 패밀리브랜드라는 진전된 형태의 브랜드 만들기 붐이 시작됐다.
정부가 작년초 수도권 민영아파트의 분양가를 자율화하자 기존아파트와는 다른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은 뒤 분양가를 올려 받으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여행이나 TV 등을 통해 외국의 고급주택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소비자들이 보다 세련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도 패밀리브랜드 만들기 붐을 가속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