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논술 실전강좌]중앙교육硏 논술팀장의 조언

입력 | 1999-12-05 19:56:00


《대입 수험생을 위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좌를 연재한다. 직접 논술을 지도하는 필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이 배어 있는 이 연재는 대학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현재 수험생들의 논술 실력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정답은 ‘비슷비슷하다’이다. 대다수의 수험생이 점수가 논술의 10배 이상 되는 수능시험에 몰두하느라 논술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한 달 동안의 노력이 논술 실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다. 논술 총점이 16점밖에 되지 않는 서울대 자연계 입시 결과 수능 성적이 합격선보다 무려 10여점이나 낮은 학생이 합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5∼6점 정도는 한 달 동안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얻고 잃을 수 있다.

논술의 핵심은 독해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력이다. 이 모든 것이 문장으로 표현된다. 논리력이나 문장력은 따로따로 느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에서 차츰차츰 향상되므로 많이 써보는 것이 최선의 공부 방법이다.

필자가 논술모의고사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 보았더니 10편을 써 본 학생의 형식 부분 점수는 45점→75점으로, 내용 부분은 45점→60점으로 향상되었다. 20편을 써 본 학생은 형식 부분이 45점→80점으로, 내용 부분은 45점→75점으로 나타났다. 45점은 낙제 점수이며 75점은 평균 점수 정도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20편은 써 보아야 한다.

명심할 것은 논술문을 쓴 후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혼자서 쓰는 것도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언받을 대상은 현실적으로 국어선생님이 가장 이상적이다.

“적어도 20편 이상을 써 보아야 하며 쓴 다음 국어 선생님께 가져가서 조언을 부탁하라.” 이것이 논술실력 향상의 제1공식이다.

논술시험이 ‘고전에서 출제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학생이 많다. 논술시험은 ‘고전을 바탕으로 출제’되는 것이며 더 정확히는 ‘고전의 일부분’이 제시문으로 나온다. 고전의 내용을 암기하려는 시도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전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려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전의 일부분이 제시문으로 나왔을 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능력, 즉 ‘독해력’이다. 두꺼운 고전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여러 고전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묶어놓은 책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서점에 이러한 책이 많다.

글쓰는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명문장을 읽는 것이 좋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으면 음감(音感)이 나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문열씨의 ‘삼국지’가 도움이 되었다는 서울대 합격생의 이야기가 보도된 적이 있다. ‘삼국지’의 내용보다 작가의 훌륭한 문장이 좋은 문장에 대한 감을 형성했다고 보인다.

소설가들의 글 외에도 이어령 김홍준 유시민 김찬호 진중권씨 등의 책은 수험생에게 좋은 감을 형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수험생들의 화두(話頭)는 ‘논술’이다. 특정 대학 학과 지원자들의 수능과 내신 성적은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논술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그러나 남은 한 달 동안 논술 실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는 없다.

축구해설가 하일성씨는 “큰 시합에서는 작은 실책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논술 시험에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여러분의 논술 실력을 조금씩 향상시키면서 ‘실책’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께 다음 한 마디를 우선 전하고 싶다.

“내 다리가 움직인 만큼 내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신문 사설 내용보다 형식 눈여결 보길▼

신문 사설이 논술 공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논술에 출제될 주제와 신문 사설의 관심사가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이다. 신문 사설이 논술 공부에 도움을 주는 측면은 내용보다는 그 형식이다. 신문 사설은 ‘문장가’들이 쓴 ‘논리적인 글’의 대표격이다. 그 내용을 살피려 하기보다 주장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서론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주장의 타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논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흉내를 내보라는 것이다.

이승엽 선수의 스윙을 흉내내다가 이승엽만큼 부드러운 스윙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