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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진홍/이젠 미래를 이야기할 때

입력 | 1999-12-05 20:16:00


성서에 요셉이란 인물은 종살이 옥살이 등 뼈를 깎는 듯한 고난의 시절을 거쳐 대권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대권에 오르기 전에 억울한 일을 숱하게 당했다. 그로 인해 한맺힌 삶을 살았다. 그러나 묵묵하게 성실함으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해 마침내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인동초와 같이 기다린 결과 자신의 경륜을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요셉의 지혜 새겨볼만▼

권좌에 오른 후에는 탁월한 통찰력과 과감한 실천력으로 7년 가뭄이란 혹독한 불황의 시기를 극복해나갔다. 그의 영도력으로 백성들은 굶주림을 면하고 민심이 하나로 모여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가 좋은 세월을 맞은 후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아들들의 이름을 짓기를 첫째는 므낫세로 지었고 둘째는 에브라임이라 지었다. 오늘의 우리에게 요셉의 두 아들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이름에 담긴 뜻으로 인해서다. 첫째 아들 ‘므낫세’의 뜻은 지난날의 한과 상처를 하늘이 다 잊게 해주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과거청산이다. 과거를 청산하되 따지고 보복해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잊음으로 청산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도량이 넓어 그렇게 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 숱한 역경속에서 자기를 지켜주신 하늘이 한과 억울함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는 뜻에서 므낫세다. 둘째 아들 ‘에브라임’은 미래로 쭉쭉 뻗어 번영의 역사를 이뤄나가자는 뜻이다. 그래서 ‘므낫세’와 ‘에브라임’ 두 이름의 뜻을 하나로 모으면 과거는 용서함으로 청산하고 미래는 힘을 합해 번영을 이뤄나가자는 뜻이 된다.

요셉은 아들들의 이름을 그렇게 짓고 그대로 실천했다. 과거에 자신에게 해를 끼쳤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끌어안았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 그들을 동지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므낫세의 세월이 지나고 에브라임의 세월을 창출해나갔다.

오늘 세삼스레 요셉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이유는 대망의 2000년이 눈앞에 다가온 이 때 우리도 요셉처럼 살아보자는 뜻에서다. 지금 요셉의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김대중 대통령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역경을 거쳤다. 요셉처럼 온갖 억울함과 고난의 시절을 겪었다. 그래서 김대통령에게 ‘인동초 대통령’이니 ‘준비된 대통령’이니 하는 말들이 따라붙고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김대통령이 대권의 자리에 오른 후 일처리하는 모습이 요셉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고의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를 들춰내는 정치를 일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과거를 들추기로 말하자면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들 모두가 얼룩지고 때묻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를 굳이 들추자면 서민이고 성직자인 나같은 사람도 감옥갈 일이 한두 건이 아닐 것이다.

▼통일시대 위해 결속을▼

김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과거를 들추는 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듯하다. 집권 초기에 세풍 북풍 총풍 등으로 풍(風)자 돌림의 들추기를 계속해 듣는 이들로 중풍걸리게 하지 않을까 염려되더니 ‘풍 시리즈’가 수그러들자 로비 이야기로 온나라가 소란을 떨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한결같이 지난날의 이야기들이 아닌가. 지금은 상하(上下) 야야(與野)를 불문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때이지 과거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번영하는 21세기 통일한국시대를 향해 온 국력을 모아야 할 때이지 지난날의 사건들로 국력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부정과 부패를 그냥 없었던 일로 덮어주자는 것은 아니다. 므낫세로 용서해 청산하자는 것이다. 에브라임으로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자는 것이다.

요즘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신당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어도 신당 하나만으로 이 겨레가 새로워지겠는가? 어차피 여야 관민 모두가 힘을 합해 나라를 일으켜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 온 세계가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때에 우리만 과거를 들추느라 미래를 향해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위로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 나같은 촌사람에 이르기까지 용서함으로 과거를 청산하고 더불어 힘을 합해 미래의 번영을 도모해 나가자. 그래서 번영하는 21세기 통일한국시대를 세워나가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백성들을 돕는다 하지 않았던가!

김진홍(목사·두레마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