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뤄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그리고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간 ‘DJT’3각 연쇄회동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년 가까이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공동정권을 이끌어온 세 사람의 만남이 이처럼 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현 정국상황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반여(反與)’ 정서도 그렇지만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세 사람간의 내면적 균열양상이 상당부분 가시화되고 있는 게 사실.
김총리나 박총재의 경우 내놓고 얘기는 하지 않지만 최근 발언의 행간(行間)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김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이날 세 사람간의 DJP, DJT 연쇄회동의 무게중심은 향후의 정국구상 등 미래지향형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적돼온 ‘불편한 관계’를 추스르고 봉합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같은 정황을 전제로 할 때 이날 회동의 주제어(主題語)는 한마디로 ‘오해불식’과 ‘내년 16대 총선에 대비한 공동여당의 공조문제’로 모아졌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동정권의 양대 축인 DJ와 JP가 두달여 만에 독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즉 두 사람은 이날 개인적 신뢰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조의 현주소를 검검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김대통령은 특히 현재의 난국에 대한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대처방식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JP를 위무(慰撫)하는 데 적지 않게 신경을 쓴 듯하다. 김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총리공관을 찾은 것도 이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기조 위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후임총리 인선을 포함한 개각과 선거구제 조정, 합당문제 등으로 구체화됐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두 사람이 합당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심도 있게 얘기했느냐는 대목. 이에 대해 양측은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합당을 ‘갈망’하고 있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우회적으로나마 합당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자민련이 합당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일단 결론을 유보하는’ 선에서 두 사람 모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입장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