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이지만 조선인 강제연행, 강제노동 등 일본의 치부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면 현재의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미래를 제대로 전망할 수도 없게 됩니다.”
2차대전 때 일제의 조선인 징용과 군위안부 등에 대한 증언을 담은 책 ‘백만인의 신세타령’을 최근 일본에서 펴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에다 겐지(前田憲二·64)가 한국의 증언자들에게 책 출간을 알리기 위해 6일 방한했다. 마에다 감독은 “이 책은 한국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일본인들이 스스로 기획 편집했으며 모두 109명의 증언을 담아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록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93년 영화감독 대학교수 작가 의사 등 지식인 20여명과 함께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각자 주머니를 털어 7년간 일본과 한국 중국에서 전쟁피해자 100여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이 가운데 70%가 전쟁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처음으로 증언을 한 사람들이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찾아 전국을 돌며 군위안부, 강제징용 군속, 원폭피해자 등 27명의 증언을 채록했다.
‘신들의 이력서’ 등 고대와 중세에 일본이 조선에서 전수받은 문화를 주제로 한 장편 기록영화 세 편을 제작했던 그는 “내년 5월 ‘백만인들의 신세타령’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완성된다”며 “한국에서 첫 상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