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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Y2K 자재확보' 비상…내년초 공급차질 우려

입력 | 1999-12-06 19:45:00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D사의 창고에는 요즘 자재 재고량이 평소보다 많이 쌓여있다. Y2K(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비상 조치다.

D사측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이라면서도 “혹시 잘못돼 자재 공급이 끊길 경우를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Y2K’ 문제를 염려해 연말을 앞두고 재고를 늘리는 기업은 D사만이 아니다. 업체들은 자체적인 Y2K대책이 완벽하더라도 공급선 등 외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경우 12월31일과 내년 1월1,2일에는 아예 원유도입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부분 정유사들은 12월30일 이전에 2,3일분의 재고를 앞당겨 확보키로 하고 최근 도입계약을 완료한 상태.

SK㈜는 12월 한달간 예년보다 원유재고를 이틀분 가량 더 늘리기로 하고 이달말경 20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LG칼텍스정유도 12월31일부터 사흘간 원유도입 일정을 취소했다.

월말과 내달초 원유 선적 및 하역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신정 연휴중 소요물량을 이달중 앞당겨 수입하는 것은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

종합상사도 이같은 움직임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원자재를 연말을 피해 앞당겨 수입하려는 주문이 지난달말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Y2K’를 우려한 이같은 수입증가 현상은 항공 특송 택배 창고업체들에는 호황에 ‘기름’을 붓는 격.

작년말보다 20∼30% 가량 늘어난 물류업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은 ‘Y2K 효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창고업계는 연말 창고 공간에 여유가 없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

연말이면 보통 창고공간이 부족해지지만 올해는 창고부족이 더욱 심해졌다. 일부 창고업체들은 보관료가 비싼 고가품만 골라서 받아주는 고자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Y2K를 대비한 수입물량 폭주는 연말 무역수지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폭을 250억달러로 잡고 있는 산업자원부는 “Y2K 때문에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 올해 흑자 목표 달성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