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에 퇴직신탁상품이 허용되면서 16조원에 이르는 퇴직금시장을 놓고 지금까지 시장을 독점해왔던 보험업계와 은행권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보험업계는 벌써부터 내년 3월 이후 선보일 은행 퇴직신탁상품이 어떤 형태인지 정보수집에 여념이 없는 상태이며 은행권은 상품설계를 이미 마치고 영업력을 확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생보사와 손보사들은 각각 종업원퇴직적립보험(종퇴보험)과 퇴직보험에 11월말 현재 14조2800억원과 1조6000억원 등 약 1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현재 은행의 신규진출과 관련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은행의 시장지배력. 대부분의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으며 특히 주채권은행제도 때문에 기업들이 기존 거래 은행에 퇴직적립금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종퇴보험과 퇴직보험의 경우 금리가 연 6.5%에 불과해 주식 채권 등에 퇴직적립금을 운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게 되는 은행 퇴직신탁에 수익률면에서도 크게 밀린다는 것.
특히 금융감독원이 내년 10월부터 기업주의 대출담보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종퇴보험의 시판을 금지할 계획이어서 생보사들이 입게 될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교보생명 기업연금팀의 강철원과장은 “결국 영업력을 활용해 기업고객들이 자금을 빼내가지 않도록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룹 계열 보험사들은 계열 기업에 ‘돈을 맡겨 달라’고 적극 설득할 계획.
반면 은행들은 4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상품 및 전산설계를 대부분 끝내고 현재 거래 가능한 기업의 퇴직금 규모를 파악하는 데이터 구축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영업력에서는 아직도 보험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새로운 영업전략을 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빛은행 김용희신탁부장은 “30대 계열기업은 아무래도 계열보험사의 영향력이 남아있어 독립기업에 영업을 집중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