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SK그룹 광고를 따내기 위해 제일기획 TBWA코리아 리앤파트너스 등 3개사가 맞붙었다. 1년간 ‘OK! SK!’라는 SK의 브랜드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 이 광고는 무려 130억원 규모.
결과는 ‘고객이 행복해질 때까지’라는 컨셉을 제출한 리앤파트너스의 승리로 끝났다.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미국계 거대 광고대행사인 TBWA가 직원 13명의 소규모 업체에 보기좋게 한방 먹은 것.
리앤파트너스는 1일 미국 최대 광고업체인 DDB와 50대50으로 합작, 리앤디디비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범했다. 취급고(매출액)는 1년만에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직원수도 51명으로 늘었다.
올해초 150억원 규모의 SK텔레콤 스피드011 광고를 따낸 화이트도 직원 30여명의 소규모 업체. 국내 최대 광고주 가운데 하나인 스피드011 광고를 따내기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외 광고사들이 모두 경합했지만 결국 화이트가 이겼다. 화이트는 ‘스무살의 011, TTL’이라는, 올해 세간에 가장 화제가 된 광고를 만들어냈다.
리앤디디비와 화이트의 공통점은 소규모 독립광고사라는 점. 대형 광고사 출신 광고인들이 독립, 분가했다는 점도 닮았다.
광고업계의 ‘다윗’이랄 수 있는 이같은 독립광고사의 활약이 최근 눈부시다. 제일기획이나 LG애드 금강기획 등 그룹을 등에 업은 ‘거인’들을 제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지난해와 올해 수많은 광고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떠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리앤디디비의 이용찬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광고업계의 벤처기업’이라고 평가한다. 규모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승부한다는 뜻. 이사장은 오리온 초코파이의 ‘정(情) 시리즈’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SK텔레콤 광고 등을 기획했던 이름난 히트 메이커. 제일기획 웰콤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10여명의 동료와 함께 회사를 차렸다.
화이트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에이스침대)’라는 카피로 유명한 조동원(카피라이터) 박인춘(광고기획) 박춘우씨(PD) 등 오리콤에서 손발을 맞췄던 3인방이 창업했다.
조동원 대표는 “광고주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 화이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광고업계는 취급고 순위로 보면 계열사 광고 물량을 등에 업은 하우스에이전시(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들이 업계 랭킹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87년 독립광고대행사 웰콤이 처음 등장하면서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박우덕 문애란씨 등 코래드 출신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한 웰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세간의 의혹을 씻고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10년이 넘게 매년 흑자 행진을 거듭, 지난해에는 업계 순위 5위권에 뛰어오르는 업체로 성장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