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6일 단독회동은 공동여당의 앞날에 대한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보다 더욱 헷갈리게 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공동여당의 합당 여부 등 무성한 추측을 낳고 있는 ‘DJP’회동의 의문점을 점검해본다.
▼ 합당논의 있었나 ▼
청와대와 총리실은 7일 “지금은 합당 얘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합당의 ‘합’자도 없었다”(이덕주·李德周총리공보수석비서관)며 회동 후 불거진 합당설을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총리가 회동에서 자민련 복귀 시점을 내년 1월 중순으로 늦춘 것으로 보아 DJP 간에 국민회의의 신당 창당(내년 1월20일 예정)까지 합당 가능성을 살려두자는 공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오히려 많은 편이다. 다만 단독회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두 사람이 합당에 대해 완전 합의를 보았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당총재는 누가 맡나▼
김대통령과 김총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마찰이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됐다는 게 양측 핵심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김총리는 대통령후보 양보와 내각제 개헌 유보 등의 대가로 합당 시 총재는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고 김대통령은 김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우면 선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이에 소극적인 입장이라는 것.
그러나 김총리가 자칫 자민련의 독자행보를 강행하면 김대통령으로선 사실상 ‘1여(與) 2야(野)’의 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여서 결국엔 김총리가 총재직을 맡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자민련 지도체제와 후임 총리 ▼
자민련의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7일 김총리가 당에 복귀하면 자민련은 ‘김종필 명예총재’ ‘박태준(朴泰俊) 총재’의 ‘투 톱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총재는 당에 잔류하고 제3의 인물이 김총리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6일 회동에서 “양당 공조의 테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후임 총리는 꼭 김총리가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총리직이 공동정부의 상징적 존재임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박태준총재가 결국에는 총리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전히 많다.
▼ 선거구제 ▼
김대통령은 김총리 박총재와의 연쇄회동에서 중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을 우선적으로 처리키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권이 야당의 소선거구제 주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