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10만∼30만평 규모의 미니신(新)도시 4곳이 민간건설업체들에 의해 조성된다는 소식이다. 새로운 미니신도시는 서울도심까지 차로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경기도 용인, 화성, 김포, 고양 등에 세워지며 주택단지별로 5000∼1만2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대부분 택지 매입이 끝났고 정부도 민간건설업체들에 택지개발사업권을 내줄 방침이어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난을 감안하면 새로운 택지개발과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은 불가피하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건설이 큰 폭으로 줄어 주택수급 불균형의 심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기왕의 신도시가 그렇듯 새로 들어설 신도시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베드타운에 머물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된다.
그 단적인 예가 80년대 말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이유로 졸속으로 건설된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다. 정부는 89년 이들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산은 예술 문화시설이 완비되고 자급자족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북부 중심도시로, 분당은 수도권 중심 상업지역이자 중산층의 주거지역으로 가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신도시는 아직도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때문에 신도시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겪는 교통지옥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동사무소 학교 병원 약국 쇼핑센터 등 공공 및 편익시설도 태부족, 주민들의 생활불편이 적지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90년대 중반이후 수도권에만 20개가 넘는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했다. 새로 건설될 이들 신도시는 입주인구가 고작 2만∼5만명 수준이어서 결코 자족도시가 될 수 없고 서울중심의 대도시권을 기형적으로 키울 뿐이다. 다시말해 서울을 둘러싼 하남 고양 남양주 구리 김포 용인 등이 수도권 전체의 공간구조나 도시기반시설과는 무관하게 개발돼 수도권의 무절제한 확산을 촉진할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수도권의 공간구조 개편, 인구와 산업배치 등 균형개발을 도외시하고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신도시 입지의 적합성, 도시간 기능의 보완성 등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며 거기에 맞는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수도권은 새로운 신도시 개발보다 기존도시의 기능을 재정비, 자족도시로 만들어 도시문제를 해소하는 그런 개발계획의 수립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