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대중을 위한 대중음악’의 시대였다. 국적 성별 소득 지위에 관계없이 비틀스에 열광했다.
새 밀레니엄에는 ‘대중에 의한 대중음악’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악기를 다루는 재능과 경제적 여건을 갖춘 소수만 누리던 음악가의 지위를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게 되리라는 얘기다.
◆컴퓨터로 쉽게 녹음
미래 음악의 변혁을 주도하는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 앞으로는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문외한과 스튜디오 이용료가 없는 가난뱅이도 컴퓨터만으로 테크노음악이나 교향곡을 쉽게 녹음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1500달러(약 180만원)짜리 롤란드 VS880만 있으면 집안에서 64개의 악기소리로 멋진 곡을 녹음할 수 있다. 올여름 선풍적 인기를 끈 리키 마틴의 ‘리빙 라비다 로카’는 스튜디오를 이용하지 않고 컴퓨터만으로 녹음한 곡이다.
노래를 할 줄 몰라도 가수가 될 수 있다. 미래에는 글만 읽으면 거기에 운율을 넣어 그럴듯한 노래로 만들어주는 기계가 등장하기 때문. 음치 교정학원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음반제작회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 홈페이지로 곡을 판매하는 방식도 보편화될 전망. 미국 음악시장 조사기관 뮤직 비즈니스는 2005년 미국 음반시장에서 인터넷 판매가 16%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 판매를 주로 하는 미국 랩그룹 ‘퍼블릭 애너미’의 리더 척 디는 음반제작사의 소멸을 예측했다. 곡 단위로 판매돼 ‘음반’이라는 단어도 고어(古語)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샹송등 장르간 융합
인터넷은 음악 장르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같은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라디오’의 보급으로 컨츄리 샹송 레게 등 국가별 장르의 특성은 엷어지고 장르간 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미국 CNN방송은 내다봤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과거 명가수의 ‘부활’도 가능케 한다. 목소리를 디지털 코드화하는 기술을 통해 사망한 사람의 목소리로 새 노래를 만드는 기술이 수년내에 실현된다는 것. 미국에서는 사망한 연예인의 목소리를 영화나 노래에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유족으로부터 사들이는 ‘버추얼 셀레브리티 프로덕션(VCP)’이라는 회사도 등장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