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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중고생 10% '인터넷 중독'

입력 | 1999-12-08 18:45:00


6일 오전11시 서울 성동구 S게임방. 평일 오전인데도 10대 청소년 10여명이 최근 유행하는 ‘리니지’라는 인터넷게임에 빠져 있었다. 밤을 샌 듯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두눈의 초점만은 잠시도 모니터를 떠나지 않았다.

“하루라도 게임을 안하면 밤에 잠을 잘 수 없어요. 게임생각 때문에 수업 듣기도 어려워요. 정 못참겠으면 수업도중 뛰쳐나가 게임방으로 달려가는 경우도 있어요.”

최근 인터넷PC방의 전국적인 확산 속에 ‘인터넷게임중독증’으로 정서적 장애에 시달리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중독증세가 심한 경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수업도중 학교를 몰래 빠져나오거나 상습적으로 결석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돼 충격이 크다.

★증세와 실태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중독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은 보통 매일 아침 등교 전과 하교 뒤, 그리고 학원수업후 등 하루평균 2∼3차례 이상 PC방을 찾으며 하루 동안의 게임시간을 합칠 경우 3∼5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루 5시간 이상씩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이 어느 학교든 학급당 5∼10명에 이르며 이는 최근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중고생의 10%내외가 인터넷중독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들은 보통 부모나 교사와의 대화를 거부하거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며 공부에 대한 흥미를 급격하게 잃게 돼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거나 정신이 멍한 상태로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중독증은 충동조절장애를 비롯한 신체적 장애와 함께 대응기피증 등 사회적 적응에도 장애를 일으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선진국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신종 정신질환.

특히 성장단계에 놓인 청소년들의 경우 정신적 정서적 발달과 정체성 확립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 성인보다 훨씬 큰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S공고 이모군(17)은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린다. 밤에도 눈 앞에 상황을 그리며 게임전략을 세우느라 잠을 설치는 때가 많다”며 “나처럼 하루 5시간이상을 게임방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한반에 3분의 1가량 된다”고 말했다.

★대책의 부재

그러나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신종 중독증세에 대해 현황파악조차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

일선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에게 전날 뭐 했는지 물어보면 ‘게임방에서 밤을 샜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게임방에 덜 가도록 타이를 뿐 체계적인 지도는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주변 PC방에 교외지도를 나가지만 오후10시까지는 청소년을 합법적으로 입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업주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류인균(柳仁鈞)교수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학교와 가정에서 인터넷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을 자세히 지도하는 한편 가상공간 외에도 다른 취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