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기약없이 중국을 떠납니다. 그러나 일본진출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차범근 전한국축구대표팀감독(46). 8일 오전 중국 선전에서 홍콩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그와 어렵사리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집사람의 기관지와 폐가 안좋아 검사를 받기로 했어요. 과거 선수생활을 같이 한 독일 친구들이 스위스의 한 병원에 예약을 해줘 조만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갑니다.”
차감독은 최근 중국프로축구 선전 핑안팀과의 재계약에서 ‘구걸하다시피 했는데도 실패’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 한달반 전에 이미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팀에 통보를 했어요. 집사람 몸이 너무 안좋아 좀 쉰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발표만 리그가 완전히 끝난 5일에 했던거죠. 팀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차감독은 한국과 중국의 축구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은 감독 생명이 ‘파리 목숨’으로 비유될 정도로 교체가 잦아요. 반면 이동은 자유로워 잠시 재충전 기간을 가진후 곧바로 다른 팀 감독으로 가곤 해요.”
차감독은 중국의 ‘성적 지상주의’도 오해라고 덧붙였다. 현지팬들은 선전팀이 2년 연속 14개팀중 12위를 한 것이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지 결코 감독의 역량부족때문은 아니라고 평가한다는 것.
“며칠전 현지 신문에 올시즌 우승팀 감독이 선전을 맡았어도 차감독 정도의 성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칼럼이 실렸어요. 최근 저대신 부임하기로 했던 감독도 현재 선전의 전력으로는 내년 시즌 1부리그 존속이 어렵다며 계약을 포기했어요.”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일본 J리그 쪽과 몇번 접촉이 있었는데 성과가 있다면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한국 프로팀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겠네요. 국내팬을 생각하면 언제든 달려가고 싶지만….”
중국대표팀 감독 물망에도 올랐지만 현재 주춤한 상태. 차감독 자신도 괜히 국내축구팬을 자극해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차감독은 그 유명한 ‘노트북’을 지금도 들고 다닌다. 선전팀 선수들의 특징을 꼼꼼히 체크해 전술 수립에 이용했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국내팬들에게 안부나 전해주세요.”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