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당의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최근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활발히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할 때지만 효율적인 조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날로 심화되는 정치불신. 정치관련 여론조사를 하려고 전화를 하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한나라당은 최근 현역의원의 의정활동 평가 및 내년 총선에서의 지지여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였으나 응답률이 저조해 애를 먹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동응답(ARS)전화를 돌리면 응답률이 15%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5% 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경우도 ‘옷사건’ 등에 대한 민심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응답자가 면접원에게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
조사관계자들은 도청 및 감청 공포도 응답기피에 한몫을 했다고 분석한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도청 감청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여론조사를 통해 성향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