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앤드 킹’(Anna and the King)은 19세기말 사이암 왕국(현재의 태국)에서 실제 있었던 영국인 가정교사 애나 레노웬스와 사이암 국왕과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로맨틱 어드벤처 영화. 31일 국내 개봉.
이 작품은 46년 렉스 헤리슨과 아이린 던 주연의 ‘안나와 사이암의 왕’, 56년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왕과 나’로 두 차례 영화화됐으며 뮤지컬과 연극으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세기 폭스사가 새롭게 제작한 ‘애나 앤드 킹’은 ‘에버 애프터’에서 역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던 앤디 테넌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레오노웬스의 일기’ 등 역사적 자료에 좀더 충실해 왕과 여교사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19세기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한 약소국의 역사도 생생히 그려냈다.
영화 제작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태국 측의 비협조적 태도였다. “태국 전통의 로열 패밀리를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이 때문에 촬영팀은 말레이지아에서 골프장을 개조해 당시와 똑같은 대형 왕궁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미술감독 루치아나 아리기의 총지휘 아래 만들어진 아름다운 세트와, 58명이나 되는 왕의 자녀, 첩 42명, 19마리의 코끼리, 수 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앤디 테넌트 감독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고, 19세기풍 불교문화를 되살려내기 위해 수 백 명의 목수가 동원되는 등 동양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