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행을 좇지 않나’ 생각될 만큼 닮은꼴 서양건축양식에 식상한 사람이라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토담골’을 찾아보자.
무쇠고리가 달린 나무대문을 열고 들어서보면 황토로 토담을 쌓고 옛기와와 초가로 지붕을 올린 음식점이 나타난다. 구석구석에서 전통 가옥의 느낌이 물씬.
‘제육굴보쌈’(2만원)을 주문하면 탱글탱글 신선한 굴, 절인 배추잎, 무채김치, 조미해 삶아낸 제육을 차려놓는다. 한꺼번에 이 모든 재료들을 싼 뒤 새우젓국을 살짝 뿌린다. 한입 씹을 때 느껴지는 해산물과 제육의 보색적인 조화가 절묘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무채김치도 고추가루 양념이 덕지덕지 많지 않아 보기도 먹기에도 ‘단정하다’. 단, 주 테마인 제육은 넙적하면서 뻣뻣한 육질 때문에 여자들이 예쁘게 한입에 쏘옥 ‘처리’하기엔 무리인 듯. 몇 입에 나눠 씹어보니 내용물이 우수수 떨어져 콩알 주워먹듯 따로 먹게돼 아쉽다.
개운한 입맛을 위해선 ‘돌솥 순두부찌개’(8000원)로 마무리하면 좋을 듯. 매운탕 넉넉한 국물에 순두부가 덩어리째 풍덩 잠겨나온다. 보쌈의 후식처럼 한스푼 순두부를 떠 먹으면 제육보쌈의 강한 맛과 강약조절도 된다.
다른 일품요리는 1만원 이하. 안주할 만한 큰 접시요리도 2∼3만원에 즐길 수 있다. 02―548―5114
▽평가(만점은 ★★★)〓△맛 ★★(반찬도 충실)△가격 ★☆(서울 강남의 물가로 볼 땐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분위기 ★★(시골 할머니집같은 정겨움)△친절 ★☆(종업원 얼굴에 미소가 없다).
송희라(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