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여야 3당3역회의에서 선거구제 협상의 물꼬는 터졌지만 여기저기 수월치 않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비례대표제의 다양한 ‘변형카드’를 놓고 어떻게 절충점을 모색하느냐가 문제. 또 여전히 ‘순수 중선거구제’를 고집하는 자민련이 입장선회를 하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다.
자민련은 8일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를 절충안으로 내놓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야가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7개 대도시에 한해 중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복합선거구제가 마지노선”이라는 등 아직 전국적인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남권 의원들은 ‘집단행동 불사’ 의사를 보이고 있어 3당이 합의하기까지에는 많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협상의 주요 쟁점을 점검해본다.
▼ 1인2표제 ▼
1인2표제는 공동여당측의 정당명부제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여당측은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1개 권역당 한 정당이 비례대표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지역기반이 취약한 영남권에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의도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1인1표’에 의한 전국단위 비례대표제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이 ‘1인2표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진전된 입장을 보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여야간 절충 가능성은 높아졌다.
▼ 지역구―비례대표 이중입후보 ▼
여당측은 지역구―비례대표 이중입후보조항은 전국적 단위의 인물을 키우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독일의 콜 전총리도 지역구 선거에서는 몇차례 낙선했으나 복수등록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돼 큰 정치인이 됐다”고 도입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속뜻’은 자민련 내 영남권 의원들의 원내진입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협상의 캐스팅보트를 쥔 자민련 지도부를 설득하기 위한 유용한 카드라는 점에서 협상막판에 다시 논의의 전면에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지역구 인구상하한선 ▼
한나라당은 현행 지역구 인구하한선(7만5000명)을 8만∼8만5000명선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여당도 이 점에는 대체적으로 뜻을 함께한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상한선(30만명)을 낮춰 지역구 감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반대하는 점.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현행 4대1의 인구 상하한선 비율은 이를 넘으면 안된다는 것이지 3∼3.5대1로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회의 박총무는 “야당의 주장은 인구상한선에 걸려 지역구가 많이 없어지게 된 부산의 지역구를 살리기 위한 ‘부산게리맨더링”이라고 반박했다.
▼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
여당측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행 지역구와 전국구 비례대표비율(5.5대1)을 3.5대1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역구수 감축에 반발, 현행 비율 고수를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에 통폐합될 도농통합지역구 의석 중 일부를 비례대표의석에 넘기는 방향으로 여야간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송인수·정연욱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