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중에서 뭐 좋아해?”
“난 피카츄.”
“나는 파이리.”
서울 도봉구 방학동 초당초등학교 2학년 5반의 수학시간. 반 아이들은 교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물었다. ‘우리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8단원 ‘표와 그래프’를 배우는 중.
담임 이인환교사(45)는 조사방법을 특별히 설명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손에 맡긴 다음 필요한 부분에서만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어떤 팀은 명렬표에 항목별로 칸을 나눈 다음 동그라미를 쳐가며 조사를 했다.
또 다른 팀은 그래프를 그리는 종이에 항목을 나눠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썼다. 10분 정도 조사해보던 아이들은 첫번째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방법을 바꾸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조사해 그래프에 스티커로 표시한 ‘이상해씨팀’은 “아이들은 ‘포켓몬스터 과자’를 제일 좋아하고 ‘나잡아봐라 과자’를 제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이교사는 “만약 여러분이 과자공장 사장이라면 이 조사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인기없는 과자를 좀더 맛있는 이름으로 바꾸겠다”라는 등의 대답을 끌어냈다.
교과서에 나오는 ‘좋아하는 계절’ ‘좋아하는 색깔’ 그래프 그리기에서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아이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스터가 수업에 등장하자 신이 났다. 통계조사의 목적이 그래프 그리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쓰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이교사는 어린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생활소재를 수업에 자주 끌어들이고 팀활동을 많이 한다. 덧셈 뺄셈을 배울 때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한창 유행인 ‘짱딱지놀이’를 예로 든다. ‘직육면체’를 공부할 때는 집에서 상자 우유곽 음료수통 등을 가져오게 해서 가르치고 ‘길이재기’ 수업 때는 아이들이 자를 들고 교실 전체를 돌아다니며 칠판길이 문높이 책상길이 등을 재도록 한다.
“가르친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수업을 합니다. 수학은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쉬운 과목이라 문제만 풀기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이나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하죠.”
이교사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초등수학교육을 전공하고 초등수학교육연구회 학교수학교육학회 등 각종 수학연구모임에 참여해 ‘재미있는 수학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여름 학교수학교육학회에서는 그동안 연구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수학캠프를 열어 아이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수학문제만 많이 풀게 하는 것보다는 한 문제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풀도록 이끄는 것이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