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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소통위주 교통정책' 올 66만명 사상 예상

입력 | 1999-12-13 19:56:00


지난해까지 꾸준한 감소추세였던 교통사고가 올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교통사고율 세계 1위’였던 92년에 이어 7년 만에 또다시 세계 1위의 ‘치욕’이 예상된다.

▼ 7년만에 또 세계 1위 ▼

사상 최초로 교통사고 사망자수 1만명 이하라는 ‘폭죽’을 터뜨린 지 불과 1년 만에 발생한 이같은 사태의 현황과 원인, 대책 등을 짚어본다.

▽사고 현황〓13일 손해보험협회는 올들어 9월말까지의 자동차보험 사고를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로 9월까지 49만896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IMF로 차량통행량이 줄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인 것은 물론 97년 동기에 비해서도 39% 이상 증가한 것. 또 사고건수도 9월까지 34만9933건이어서 97, 98년에 비해 39%가량 증가했다고 손보협은 덧붙였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우리나라 사상 최대의 교통사고 사상자인 66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청주’와 ‘전주’같은 인구 60만여명의 도시의 인구 전체가 교통사고를 입는 꼴이다. 손보협은 또 차량 대당 인명피해 가능성을 나타내는 사고율에서 연말경 4.6%를 기록, 세계 최고의 사고율이던 92년의 4.7%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98년 대비 30.1% 증가한 것이다.

▽원인〓교통전문가들은 정부의 교통정책 변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올들어 ‘안전’위주에서 ‘소통’위주로 교통정책을 전환한 게 가장 큰 실책이었다는 것.

▼ 지정차로 폐지등 원인 ▼

손보협 내남정(乃南正)자동차보험부장은 “대형버스와 화물차의 1차로 주행을 금지한 ‘지정차로제’를 폐지하고 제한속도를 10∼20㎞씩 상향조정한 정책 등으로 도로상의 난폭운전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에따라 많은 사망자와 중상자가 발생한 대형사고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형사고로 인한 고액 보험금 지급사례가 올들어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차량이 늘고 교통사고가 증가함에도 경찰 단속인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공학박사)연구위원은 “6월 의무경찰의 교통단속이 폐지된 이래 도로는 무법차량들로 넘쳐나고 있다”며 “운전자들 사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교통경찰은 96년 1만147명에서 97년 9992명, 98년 988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차량 대당 단속건수 역시 97년 1.2건에서 지난해에는 1건으로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도 주요 사고원인으로 떠올랐다. 손보협이 표본조사한 결과 99년 상반기 운전중 휴대전화 사고는 2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9건에 비해 2배 증가한 것.

▼ 휴대폰 통화 사고 급증 ▼

내부장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원인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별 생각없이 운전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중의 휴대전화사용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속속 나옴에 따라 법으로 이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전문가들은 교통안전에 대해 실질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함께 교통문화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촉구했다.

건설교통부의 교통안전담당자는 “교통사고라는 단일 원인으로 매일같이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시키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예산은 늘 뒷전으로 밀려 왔다”며 “전국 5000여개소에 이르는 사고다발지점에 안전시설을 시급히 설치하고 단속인력과 장비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비확충 의식개혁을 ▼

선진 교통문화를 위해 국민 의식개혁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충북대 이순철(李淳哲·교통심리학)교수는 “아무 꺼리낌없이 새치기해 끼어드는 운전자들로 도로가 넘쳐나는 등 바른 운전자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가 손을 맞잡고 운전자 교육과 운전예절 등에 관한 다양한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법규위반자에 대한 보다 강도높은 처벌과 안전벨트 등 보호장구 착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