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춤에서 한국무용의 변신은 끝나지 않았다. 창작춤꾼 김매자가 발표한 ‘하늘의 눈’(10∼11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확인할 만한 변신 역시 미완의 과정에 있음을 예시했다.
한국춤의 정수를 모아 보편적 세계어로 발돋움한다는 ‘하늘의 눈’에서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무당의 설정이다. 한국춤의 내밀한 정점에 해당하는 신기의 결정체로서 무당은 보편과 특수를 한 몸에 안은 존재이다. 무당은 유다른 능력자이고 그로써 만인 만물을 주재하므로 특수이자 보편이다. ‘하늘의 눈’이 무당이라는 보편적 존재에 착안한 것은 창작춤의 보편성 면에서 적절한 설정이다.
우주 탄생, 대립 충돌, 신명의 조율의 3부로 이어지는 ‘하늘의 눈’에서 흰빛 의상의 집단들은 둘로 대립하고 무당의 손길을 따르며 하나의 신명체가 된다. 혼돈을 벗고 신명 합일체로 이행하는 집단들은 휘감아올리기 터뜨리기 어르기와 같은 한국춤 고유의 어법을 구사하며 신명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무당으로 분한 김매자는 다시 초립을 쓴 독무로서, 그리고 집단무에 합세해 몰입의 경지를 돋우었다.
스토리텔링을 배제하는 연출 취지에 맞춰 시나위와 한국무용의 신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대목들은 창작춤꾼 김매자가 ‘춤본’연작 이래 줄곧 닦아온 안목의 결과로 보이고, ‘하늘의 눈’에서 한국무용 계열 창작춤이 진일보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신명의 합일을 이루기 전에 대립하는 두 집단을 격리시키는 단순 구조와 무당 춤이 집단무에 용해되지 않은 것 등은 ‘하늘의 눈’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스토리텔링 차원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김채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