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의 실험도구’를 자처하며 1960년 활동을 시작했던 극단 실험극장. 배우 연출가 등 연극계 엘리트 200여명을 배출해왔던 실험극장이 새천년 불혹(不惑)의 나이를 맞는다.
동인제 극단 시스템이라는 혁명적인 운영체계로 ‘에쿠우스’ ‘사의 찬미’ ‘신의 아그네스’ 등 불멸의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던 실험극장은 △96년 전용극장의 폐관 △97년 김동훈대표의 사망 등으로 침체를 거듭했다.
뿔뿔이 흩어졌던 실험극장 출신 명배우들이 다시 뭉쳐 공연을 갖는다. 17∼26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조선제왕신위(朝鮮帝王神位)’. 이호재 이승호 반석진 이한승 채희재 강태기 등…. 20대에서 50대까지 한 세대차가 나는 극단 선후배들이 한 무대에 올라 힘을 모은다.
“다시 뭉쳐야죠. 뮤지컬이니 악극이니해도 40년 동안 정통연극을 지켜온 실험극장을 버릴 순 없지 않겠습니까.”(실험극장 안영주대표)
이 작품은 인조반정을 현대사와 비교해 역사적인 재조명을 시도하는 연극. ‘오봉산 불지르다’의 젊은 연출가 윤우영이 인조반정 이후 소현세자―효종으로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왕권 승계과정을 새로운 감각으로 연출해냈다. 75년 소극장 실험극장 개관작 ‘에쿠우스’의 주연을 맡았던 강태기(소현세자 역)는 “이번 공연은 새천년 정통연극의 부활의 노래”라며 “50대 선배까지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4시 7시. 1만2000∼3만원. 02―764―5262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