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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동원/상식 벗어난 노동운동 안된다

입력 | 1999-12-15 19:42:00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두고 노사 양측은 극한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익위원들의 중지를 모은 노사정위원회의 중재안은 제시되기가 무섭게 노사 양측 모두로부터 거부됐으며 노사 모두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강공책을 거듭하며 벼랑끝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경련 점거, 여당당사 농성과 정책연합 파기, 집권당 총재권한대행에 대한 사기혐의 고발 등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될 때도 보기 힘들었던 초강경의 투쟁 수단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경영자 단체 역시 정부중재안 논의 거부는 물론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총선 후보에 대한 지지 등 정경유착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극한적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검에 폭언 지나친 일▼

이런 상황은 가까스로 IMF 경제위기의 출구에 서있는 한국 경제에 짐이 되고 있으며 고질적 노사분규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노사분규에 대해 먼저 노동계에 고언을 드리고 싶다.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달리 노동조합은 봉급생활자 등 일반 대중의 지지를 그 존립의 생명선으로 한다.

최근 구미 국가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쇠퇴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시민의 여론이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악화된 점을 드는 의견이 있다. 일반 시민과 협상의 파트너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조합은 장수한 반면 일부 노동조합원의 이익을 여론을 등진 극단적인 수단으로 대변하던 노동조합들이 단명한 점은 선진국 노동운동사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이번 노사분쟁의 중심 이슈가 봉급생활자에 대한 고용보장 등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이슈가 아니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로서 일반시민들은 이런 분규를 불미스러운 밥그릇 싸움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다 조심스런 행보가 요구됐다.

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폐공사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에 대한 민주노총 간부의 폭언사건은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더욱이 특별검사제도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 보다 공평한 수사를 하기 위해 그간 많은 민주인사들의 노력에 의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의 당사자 중 일방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압력을 행사하려 방문한 점과 수사의 진행상황이 불만족스럽다 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한 점은 아무리 보아도 지나친 점이다.

▼使도 국제기준 따르길▼

이제 민주노총도 합법화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노동계가 마치 무법적인 행위를 일삼는 단체로 비추어져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은 건전한 노사관계 육성을 희구하는 노사정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우리의 노동계가 보다 성숙사고 책임있는 사회의 공기로서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기를 간절히 희구한다.

사용자에게도 최근 뜨거운 현안으로 대두한 노사 문제에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 불과 2년 전에 만들어진 노동법 규정이 지금 다시 노사분규의 불씨가 된 것은 그 당시의 개정작업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97년 노동법 개정 때 국제적 관행과 기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여러 사안들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상호교환한 것이 오늘날 노사간의 극한 대립을 잉태한 것이다.

설령 이번에 경영계에서 다른 사안에 대한 양보를 통해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국제노동기구의 압력에 의하여 가까운 장래에 이 이슈가 다시 재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경영계에서는 다른 사안에 대한 양보를 통해 문제를 회피하거나 정치적인 흥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원칙과 국제기준에 입각하여 항구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회원사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보다 전행적인 자세로 접근해야만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동원